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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디자인] 고양이 전용 이동장, 로캣펫캐리어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2022. 7. 18. 19:45

    이 제품은 고양이만을 위한 백팩형 이동장입니다.

    제가 디자인한 첫 번째 양산 제품이고요. 기존 제품과 형태적으로는 거의 동일하지만 기존 제품을 개발하면서 구현하지 못했던 디자인들을 제품화하려고 했습니다. 고양이만을 위한 이동장이라는 것은 당시로써는 독보적인 컨셉이었는데요. 2016년에 처음 디자인을 출시했으니 이것이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을 위한 디자인 중심 이동장 제품이라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한 일들 중에 오로지 감각만을 사용한 유일한 작업이고 그 결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매우 뜻있는 작업입니다.

     

    - 역할: 제품 디자이너

    - 디자인 컨셉: 고양이를 위한 캐리어

    - 디자인 시점: 2016년~2017년 (2016년 버전1, 2017년 버전2)

    - 디자인 기간: 3개월

    - 타겟 가격: 50달러

    - 최종 원가: 65달러

    - 판매가격: 198000원

    - 결과: 1000개 생산 완판,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8 프로덕트 위너

     

    로캣펫캐리어

     

    1. [주제잡기] 왜 고양이인가?

    2016년이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키워보니까 개처럼 주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해서 고양이를 데리고 명절에 부모님댁에 가거나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 플라스틱으로 된 케이지를 이용했었는데 조금 오래 들고 있으면 팔도 아프고 아름답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숭숭 뚫린 구멍으로 고양이가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인분들을 보니 담요로 케이지를 덮어주시는 추가적인 행동으로 고양이를 안정시키고 계셨어요.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영역 중심의 습성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이동장들을 찾아보니 디자인적으로 1차원적인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검색을 해외로 확장해보니 당시 2016년에 미국에 한 기업이 처음으로 디자인 이동장을 출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훌륭한 시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위한 이동장 그리고 디자인으로 수준높은 이동장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016년 당시 상황
    당시 시장에 있던 제품들

     

     

     

    2. [제품설계] 왜 이런 형태로 만들었는가?

     

    1) 제품 컨셉 디자인

    당시에 LG전자를 퇴사하고 난생 처음 휴식이라는 것을 하던 때에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이동장을 구매해야 하는데 시중에 마음에 드는 이동장이 없었어요. 그래서 시간도 많겠다. 돈도 좀 있겠다. 내가 사용할 제품을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UX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서 그 이유를 계속 과장해서 아주 중요한 이유로 탈바꿈하는 형태의 디자인 방식에 지쳐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디자인은 정말 UX디자인의 정반대의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제품 디자인에 대한 어떤 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달 정도는 계속 낙서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낙서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어떤 제품이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상상은 고양이가 참 동글동글하거든요. 형태가 좀 흐물거리기도 하고 각진 부분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네모네모한 고양이가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케치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와 동시에 백팩형 이동장이 고양이를 업고 다니는 느낌이기 때문에 고양이 얼굴을 형상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점점 지금의 사각형 모양의 고양이 얼굴을 형상화한 이동장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서 제품으로 3D 모델링을 했습니다. 물론 봉재로 만드는 제품에서 복잡한 디자인을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지요. 대략적인 느낌을 보기 위해서 전면 플라스틱 이동장이 어떤 느낌을 가질 지 모델링을 했습니다.

    초기 컨셉 (전면)

     

    초기 컨셉 #1

     

    초기 컨셉 #1

     

     

     

     

     

    2) 양산 제품 디자인

    실제 양산 제품

     

    제가 이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신경쓴 부분은 구조입니다. 아이코닉한 컨셉을 디자인으로 차용했지만 기능적인 부분은 고양이의 습성과 본능에 맞게 디자인했습니다.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은폐시킬 수 있는 공간과 선택적으로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창을 만들어서 고양이가 이동장 내부에서 안락하게 있을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2016년으로써는 획기적인 전면 개폐 + 측면 출입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저희 제품을 참고로 많은 제품들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2016년만에는 획기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전면 개폐 방식은 대부분 이동장들이 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100% 사람에게 편리한 방식입니다. 고양이를 집어넣고 뚜껑을 닫고 뚜껑을 열어 고양이를 꺼내는 데에는 이보다 편한 방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선 달갑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어넣어지고 꺼내지니까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양이의 습성을 이용했습니다. 고양이는 어두컴컴한 구멍이 있으면 호기심을 가지고 몸을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측면에 출입구를 추가하여 이동장을 싫어하는 고양이라도 스스로 출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로캣펫캐리어의 구조적 특징

     

     

    3. 결과는 어땠는가?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디자인 중심의 고양이 제품을 선보였지요.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좋았습니다. 박람회를 하면 5분만에 완판이 되고 전국에서 구매 문의가 들어왔었지요. 2021년에도 여전히 문의가 들어올 정도입니다. 게다가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하는 성과도 올리고 이런 저런 좋은 개인적인 결과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디자인에 너무 많은 욕심을 들여서 생산 원가가 너무 높았습니다. 그래서 판매 가격 역시 고가일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매력적인 제품이 되었고 마진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돌려 당시 일본의 초대형 기업인 이온과 수출 거래 직전까지 갔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최종 계약에는 실패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하는 걸로) 사랑은 받았으나 선택 받지 못 했고 선택받지 못해 사라져버린 저에게는 첫사랑같은 제품으로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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