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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X리서치] 터치 인터렉션 정량화1 (내 청춘의 프로젝트)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2022. 7. 22. 18:41

    제목: 인지적 분석을 통해 스마트폰 터치 인터렉션 정량화 프로젝트 (본래 사내에서는 조금 다르게)

    일시: 2010년

    역할: 프로젝트 멤버 (사수와 둘이서 고생 많이 했지요)

    배경:

    2010년, 벌써 12년 전의 일입니다. 아이폰 3GS가 나온 이후 시장은 엄청나게 불안해졌습니다. 아이폰은 넘사벽이었거든요. 아이폰이 아닌 회사들. 구글 안드로이드는 쓸 수 없을 만큼 막장 쓰래기 개판이었고 독자적인 OS를 만들려고 하는 제조업체들, 바로 LG전자,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그리고 중국의 자존심 HTC 이런 회사들은 구글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습니다. (막장 쓰래기 개판이었다는 것이죠) 국내 업체들에게는 조금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정부에서 시행하는 위피(WIPI) 플랫폼이었습니다. 와이파이 아니에요 ㅋ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개발에 몸담으셨던 분들이 잘 정리한 자료들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것보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링크: 위피란 무엇인가? https://namu.wiki/w/WIPI) 아무튼 이 강력한 플랫폼 정책 덕분에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OS를 만드는데 꽤나 애를 먹게 됩니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말고도 내부적으로 넘사벽이었던 부분이 터치감이었습니다. 지금 주니어들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대단했어요. 아이폰 터치감은 2010년이나 2022년이나 똑같거든요. 

     

    어떻게 아이폰은 매끄럽게 터치가 되는거지?
    .

    애플은 그 옛날부터 완벽한 터치감을 제공했지요. 그러니 개발자들이 터치감을 구현하고 싶어도 파라미터를 알 수 없어서 뭘 만들 수가 없었고요 당연히 터치감 조차 구현이 안되었는데 GUI디자이너가 뭘 만들고 싶어도 제대로 일할 수가 없던 상황었어요. 이 상황에서 사내 의사 결정자들은 뭘 해야할지도 몰랐고요. 근데 모르는게 당연했습니다. 처음 보는 적이랑 싸우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요. 윗사람들을 마냥 욕할 순 없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어떤 회사가 주가가 올라갔느냐하면은 바로 터치 패널 제조사들입니다. 예를 들면 ATMEL, 멜파스 등 그런 회사들이죠. 그 제조사들은 아래 그림과 같은 터치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전자공학적, 기계적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림1. 2010년 당시 터치 인터렉션 기준

     

    그런데 말입니다. 그림을 잘 보면 윈도우7이나 노키아 이런 제품들이 터치감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아이폰이랑은 비교도 안되는 기기들이죠. 즉, 이런 정량적인 파라미터가 사실 상 터치감을 좋게 만드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현상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터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숨겨진 파라미터가 찾는 프로젝트가 필요했습니다.

     

     

    연구 컨셉:

    1)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비파괴 GUI 분석 방법론 개발

     

    그림2. 데이터 수집 방법

    고속카메라로 GUI를 측정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당시에 비공식이지만 세계 최초였을 겁니다. 물론 나중에 Labview 업체 관계자를 통해 들었지만 애플이 저보다 6개월 먼저 비슷한 스펙의 장비를 발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6~12개월 뒤에 비슷한 연구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어요. 물론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들 이 연구가 극비 중에 극비였으니까요. 저는 당시에 이 연구가 너무나 완벽했기에 논문을 쓰고 싶어했습니다. 특허도 내고 싶었어요. 그러나 회사에서 이 연구는 공개를 금지했었지요. 그 때 당시에 같이 일하던 MC연구소의 팀장님은 이렇게 좋은 사업 아이템을 왜 회사에 가로 막혀서 하시냐. 퇴사하고 나가서 하면 돈 긁어모으실텐데...라고 말씀하셨죠. 맞는 말입니다. 당시에 이거 밖에 나가서 팔았으면 지금쯤 강남에 건물주가 되었겠지요. 암튼 당시에 애사심이 넘치는 두 청년은 경력에 쓸 수도 없는 일을 참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그래서 공개를 못하고 있다가 지금은 뭐...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받아다 쓰고 있어서 더이상 터치 인터렉션 연구를 하지도 않고 LG전자 MC사업부가 망해서 없어진 상태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아픕니다. 훌륭한 연구가 많았고 훌륭한 인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과 지혜로도 거지 같은 안드로이드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가 내려 앉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제가 한 일만 담담히 적으려고 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되네요. 제 청춘을 바친 연구가 이제는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제가 지금은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이런 연구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육 목적으로 제 연구 과정을 글로 남겨봅니다. 민감한 부분은 제가 다 지우고 컨셉만 이야기할 것이니 기밀 유출 이런 건 없을 것이고요.

     

    GUI 화면이 출력되는 시간 간격은 60Hz로 동작하는 LCD일 경우에는 16.67ms입니다. 이 화면을 초당 2000장 사진을 찍으면 5ms입니다. 즉 화면의 1/3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6000장 사진을 찍으면 GUI 화면을 구성하는 LCD 픽셀의 1/9에 해당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3. 측정 원리

     

    2) 인지 심리 관점에서 GUI에 적절한 터치인터렉션 설계 포인트 도출

    이 연구의 독특한 컨셉은 고속카메라를 이용해서 얻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인지적인 기준을 도출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터치 제조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설계 기준들은 다분히 터치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전기 신호적인 데이터였다면 저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계속 아이폰 3GS를 사용하면서 관찰을 해보니 애플 역시 터치 패널 레벨에서 터치 유무를 감지하는 개념은 기존 터치 패널 제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터치라는 이벤트로 인해 발생하는 그 중간 과정의 인터렉션이라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즉, SW가 터치에 따라 GUI가 어떻게 처리하는 방식이 아이폰과 다른 기기들 사이에 매우 다르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이 고속카메라를 이용한 GUI 연구는 터치인터렉션을 기존의 테크놀로지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중심에서 사용성을 정의하고 그 결과를 디자인 지표로 도출했다는 점에서 HCI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사수와 둘이 무거운 초고속 카메라를 들쳐매고 여름 내내 옷을 흠뻑 적신 결과, 기존에는 아무도 모르던 두 가지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1. 터치가 되는 시점과 GUI가 나오는 시점이 중요한 인자이다
    2. 터치로 인해 화면이 이동하는 타이밍이 중요한 인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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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결과는 LG전자 전사에 꽤 큰 파장을 주었습니다. 하필이면 LG전자의 전략폰들이 판매에 부진했었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몇 개의 프로젝트들이 구성되었고 그 프로젝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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