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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디자인] 두 마리가 들어가는 이동장, 로캣펫캐리어3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2022. 7. 18. 20:07

    이 제품은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백팩형 이동장입니다.

    제가 디자인한 세 번째 양산 제품이고요. 기존 제품의 장점(튼튼한 구조)은 유지하는 동시에 기존 제품의 단점(통풍)을 보완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생산비용이 너무 높아서 팔아도 이득이 너무 적었던 이전 제품보다 공정을 최적화하여 마진율에 신경을 썼어요. 그래서 10회 이상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가장 가성비가 높은 형태의 제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역할: 제품 디자이너

    - 디자인 컨셉: 두 마리 뚱냥이를 한 꺼번에 이동할 수 있는 반려동물 캐리어

    - 디자인 시점: 2019년

    - 디자인 기간: 3개월

    - 타겟 가격: 30달러

    - 최종 원가: 40달러

    - 판매가격: 98000원 -> 59800원(마감할인)

    - 결과: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펀딩 성공, 400개 생산 350개 판매

     

    로캣펫캐리어3

     

    1. [주제 잡기] 왜 두 마리가 들어가는 이동장을 만들려고 했나?

    주제를 잡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Targeting일 것입니다. 타겟팅은 특정한 사용자를 정하고 그에 맞는 것들을 생각해내는 방식인데 보통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 집단을 타겟팅합니다. 많이 팔아야 하니까 그러나 저는 그러한 방식보다 내 일상과 밀접한 것을 해야겠다는 강한 기준을 가지고 아이디에이션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용자 집단이 정해지면 그 사용자 집단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정의해야 하는데 아무리 큰 사용자 집단이라고 해도 제가 그 사용자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문제점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용자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 수록 구성원들간의 교집합 역시 작아지기 때문에 더더욱 핵심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 내 일상과 밀접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사용자 집단의 크기에서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 Pain point인 한 번에 이동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집중했습니다. 고양이가 세 마리이다보니 병원에 갈 때마다 씨름을 해야했습니다. 아니면 한 번에 한 마리씩 옮기는 수 밖에 없었어요. 매번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할 때마다 진이 쏙 빠지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 질문에 집중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특별한 경험"입니다. 저는 디자인할 때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특별한 경험과 맞물려 있는 주제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서 저는 특별한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두 마리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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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2018년 정도에 궁디팡팡마켓 등과 같은 반려동물 박람회에 제가 이전 제품을 가지고 참가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VOC(Voice of Customer)가 바로 두 마리 들어가나요? 입니다. 고객들은 저에게 두 마리 들어가냐고 많이 물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두 마리요? 두 마리 들어가는 이동장이 있나요?" 이렇게 되묻곤 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은 기능을 된다고 말씀드렸다가 나중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해당 질문에 거절의 표시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의아했어요. 아니 시중에 두 마리 들어가는 이동장 있지도 않은데 왜 나한테 두 마리 들어가냐고 묻는거지? 참 이상한 일이다. 하고 저는 잊어버렸었답니다. 그런데 저 역시 키우는 고양이가 많아지니 고객들과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국내 최대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들어가서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처음 만들어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대략적인 데이터로 확인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네이버에서도 가장 큰 커뮤니티 중 하나입니다. 1분에 10개 이상의 글이 올라오고 10회 정도 조회수를 찍고 최신 글에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평균 280회 조회수는 꽤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데이터를 파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필요성에 대해 잠시 고민을 해봤어요. 만약에 이 주제가 평균 조회수 상위 10%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사실이 나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했습니다. 또는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상위 40%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할 것인가? 40%이면 진행하고 10%이면 진행하지 않는 것일까? 데이터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데이터라는 것은 그냥 숫자에 불과합니다. 분석하는 사람이 이 숫자에 어떤 의미를 담는가가 중요하지요. 그 의도가 없다면 데이터는 의미가 퇴색됩니다. 제가 계획한 크라우드 펀딩 성공 기준은 200개 밀어주기였습니다. 애초에 다수를 위한 제품이 아니고 (저를 위한 제품)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 기획하려 했기 때문에 네이버 카페 검색을 통해 얻어진 정량적인 수치만으로도 충분히 제품 컨셉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2. [제품 설계] 어떻게 구조를 설계했는가?

    이동장이라는 것이 매우 단순해 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업체들은 대충 만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차피 동물이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대부분 저가 이동장이 감옥과 같은 구조를 띄는 이유에요. 디자인의 메타포가 "가둔다"에 있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동장이라는 제품을 사업으로 봤을 때 그렇게 가둔다는 가치에만 집중해서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이동장을 사용하는 형태를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사용 상 특징
    - 매일 사용하지 않는다. 가끔 사용한다
    - 한 번 사면 다시 구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아무리 좋은 것을 사도 동물은 말이 없거나 싫어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이동장을 어쩌다 한 두번 쓰는데 그 이동장 때문에 동물이 치명적인 상해를 입는 것도 아니고 이동장을 매었다고 타인에게 자랑하고 부러움을 살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사용자들은 결국 이동장에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되죠. 다수의 사용자들은 그냥 쓰기 편하고 저렴하고 튼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저가 이동장들이 가두는 것과 원가 절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하드케이스보다 가볍고 직물보다 견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하드케이스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중국산 저가 제품들과는 차별화할만한 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이동장이 간단해 보여도 어렵습니다

     

    이동장은 "가둔다"는 제 1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보통 밀폐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둔다는 기능에 충실하다보면 통풍에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동장은 어떤 식으로든 구멍이 뚫려서 외기 순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작고 많은 구멍을 뚫고 어떤 제품은 적은 수의 구멍을 크게 뚫어 놓습니다. 그래서 위의 그림에서 직물 100%로 된 제품 사진처럼 직물의 경우에는 강성 확보에 불리한 점이 생기게 됩니다. 환기에 사용되는 망사 재질 영역이 늘어 나면 아무래도 구조를 지탱할 수 있는 천의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봉재로만 되어 있는 다른 이동장 제품들을 보면 천과 천 사이에 스트로폼 재질의 토일론이라는 자재를 심어서 각을 잡습니다. 이 경우에는 저렴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반려동물 무게에 이동장이 쳐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가방 바닥이나 등판 같이 더 강도를 요구하는 곳에는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심재를 집어 넣어서 강성을 확보하는데요. 이동장의 경우에는 이 플라스틱 심재로 전체를 만드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거의 하드케이스와 비슷할 정도의 강도를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심재가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과는 조금 달라서 고무같이 무겁고 인장강도가 높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재질을 많이 쓰면 쓸 수록, 두꺼운 재질로 쓰면 쓸 수록 하드 케이스처럼 단단해지지만 동시에 하드케이스보다 더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플라스틱 심재를 최소한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가방을 뜯어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결정하기 위해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것은 레퍼런스 수집이었습니다. 온갖 가방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모두 방문했지요. 매장을 다니면서 직접 매어도 보고 상품 라벨 택에 써있는 재질을 참고하기도 하고 점원에게 질문도 하고 업체 사장님과 이야기도 하면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중량의 내용물이 당연하기 때문에 초경량이어야 하고 고중량을 버티기 위해 높은 강성이 필요한 가방이 하이엔드 등산 백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등산 백팩을 역으로 분석하면서 이동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구조를 생각할 때는 항상 전체에서 디테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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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처음 해결해야하는 형태였습니다. 어떤 형태냐에 따라 굉장히 많은 것들이 달라지게 되는데요. 제가 사용한 방법은 모르겠고 일단 만들어였습니다. 속된 말로 Lean하게 실행한 것이죠. 그래서 바로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검증하면서 제가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반 지식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로토타이핑은 약 10회 정도 실시했습니다. 

     

    만들면서 알게 된 것, 이동장의 세로길이가 짧아서 불편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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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이동장들은 동물만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을 가두려고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사족 보행을 하는 동물의 형태에 맞춰 가로로 긴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 형태 그대로 백팩을 만들다보니 인간의 몸에는 잘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양이들이 무게가 대략 5~10kg 가까이 되다 보니 절대적인 중량이 큽니다. 그 무게를 불편한 형태로 매고 있으니 성인 남성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토타입을 통해 크기를 계속 조절해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크기를 바꾸면 바꿀 수록 점점 등산 백팩과 유사한 형태로 제품이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세로로 아주 긴 형태가 되었고 두 마리를 넣는 방식도 가로 방향이 아닌 세로로 충분히 넣을 공간이 결정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결정할 것들은 이제 실제 기능 구현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은 뼈대였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하이엔드 등산 백팩에서 힌트를 얻어 알루미늄 파이프 구조를 이용했습니다. 이동장 내에 알루미늄 파이프를 은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마치 텐트처럼 기둥을 세워 견고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테스트가 필요없을 정도로 효과가 당연했습니다. 뒷면은 플라스틱 심재로 되어 있고 전면은 알루미늄 파이프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부하 하중이 걸려도 옆면의 천이 찢어지지 않는 한 쳐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원가 절감 + 경량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어떻게 두 마리를 분리하는 구조를 만드는가입니다. 매일 회의를 하고 여러 가지 시안들이 나왔습니다만 대부분 개념 검증 단계에서 탈락하고 하나의 방법을 정해서 프로토타입을 실시했습니다. 이 부분은 정답이 없는 과정인데요. 시간, 비용, 경험 등을 종합해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요구사항을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 세로로 분리되어야 한다
    - 분리된 칸은 최소 10k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 칸을 분리하는 비율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가변형 Floor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낸 아이디어는 상단에 끈을 달아 마치 곤돌라처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 시안을 만들고 다른 시안은 모두 폐기했습니다. 왜냐하면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충분했고 (알루미늄 파이프에 연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가장 저렴하고 편한 방법이었습니다. 다른 방법들은 모두 복잡한 기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생산비 증가가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재봉틀 하나로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장 섭외나 공정을 늘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반려동물 크기에 맞춰서 한번만 끈의 길이를 설정하면 이후에 큰 불편이 없는 방식이었기에 바로 설계를 완료했습니다.

    두 마리를 이동시키는 방법

     

    3. 결과는 어땠는가?

    주변 분들은 텀블벅이 아니라 와디즈에서 실행했다면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말도 해주시고 광고비를 더 태우면 더 많이 펀딩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받았지만 이 제품은 제가 필요해서 만든 제품이고 제 고양이가 주인공인 제품입니다. 저와 비슷한 사용자들을 위해 후회없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선호하는 텀블벅에서 진행했고요. 광고비도 한달 동안 20만원 썼습니다. 다행히 펀딩은 순식간에 마감되었고요. 저는 펀딩 마감과 동시에 소비자로 돌아가 이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소비자이니까 크라우드 펀딩 이후에는 추가적인 광고나 액션은 하지 않고 있지 않지만요 지금도 뚱냥이, 다묘 가정에서 어떻게 알고 제품을 구매하시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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